
롱블랙 프렌즈 B
요즘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곤란한 단어가 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일을 마치면 으레 주고받는 말이죠. 시간과 마음을 들인 사람을 알아줄 때 쓰곤 합니다. 그런데 AI와 함께 일하면서부터 이 말을 언제, 어떻게 꺼내야 할지 조금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반나절 걸리던 일을 몇 분 만에 끝냈다면, 제 수고도 그만큼 줄어든 걸까요. 반대로 AI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을 종일 붙들었다면, 그것 역시 수고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송길영 작가
이 질문을 붙들고 송길영 작가에게 향했습니다. ‘시대예보’라는 이름으로 매년 세상의 변화를 짚어온 그가, 이번에 시리즈의 네 번째 책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을 썼거든요.
그와는 어느덧 다섯 번째 만남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리는 분도 있을 겁니다. “변하는 시대를 읽고, 변하지 않을 나를 세워라”라는 이야기는 그의 예보를 관통하는 메시지니까요.
그런데도 다시 만난 이유가 있습니다. 막연히 느끼던 변화를 ‘기억에 남는 말’로 짚어주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추석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요즘, 그가 짚은 변화를 제 일에 차분히 대입해 보고 싶었습니다.
AI가 일을 대신하는 지금 우리는 왜, 어떻게 수고해야 할까요.
Chapter 1.
‘대기업 17년 차 부장’이 자기소개인가요
33년간 일해온 송길영 작가가 경계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로 답하는 거예요.
그는 직업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모인 행사에서 나눈 대화를 들려줬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어떤 일을 했느냐”고 묻자 한 사람은 ‘삼성에서 17년’, 다른 사람은 ‘카카오에서 8년’을 일했다고 답했죠.


